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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에 눈 대신 선인장··· 기후변화 탓

기후변화로 지면에 눈 덮인 날 줄어들며 ‘번성’
과학계 “알프스에서 완전 제거는 어려워”

  • 기자명 이채빈 기자
  • 입력 2023.03.0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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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빌트하우스의 인공 눈 슬로프 위에서 스키를 타는 사람들. 올해 겨울 예전보다 따뜻한 날씨에 스위스 알프스 스키장이 눈 부족 사태를 빚고 있고, 알프스 산비탈을 선인장이 뒤덮고 있다. ⓒAP
스위스 빌트하우스의 인공 눈 슬로프 위에서 스키를 타는 사람들. 올해 겨울 예전보다 따뜻한 날씨에 스위스 알프스 스키장이 눈 부족 사태를 빚고 있고, 알프스 산비탈을 선인장이 뒤덮고 있다. ⓒAP

[월간환경] 하얀 눈으로 뒤덮여 설경을 자랑하던 스위스 알프스 산비탈이 초록색 선인장으로 뒤덮였다. 기후변화로 날씨가 더워진 탓이다.

최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선인장의 종류 가운데 하나인 ‘프리클리 페어 선인장’이 최근 알프스산맥에 있는 스위스 발레주 곳곳에 증식하고 있다.

프리클리 페어 선인장은 미국과 멕시코 북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손바닥처럼 얇고 넓은 줄기를 가졌고, 한국에선 ‘부채선인장’으로 부른다.

덥고 건조한 땅에서 잘 자라는 부채선인장은 수백년 전 알프스에 들어온 뒤 자연계에 잠복해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눈이 녹으면서 서식 영역을 대거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

발레주의 선인장 식생을 오랫동안 연구한 지리학자인 페터 올리버 바움가르트너는 기후변화로 알프스산맥 인근의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적설량이 줄어든 것이 부채선인장 증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했다.

부채선인장은 영하 10도~15도도 견디지만, 건조한 곳을 좋아하고 눈 덮인 곳을 싫어한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알프스에서 눈이 빠르게 녹으면서 선인장에 살 만한 땅이 됐다.

올해 겨울 저지대에 있는 알프스 스키장은 눈이 없어 개장하지 못할 정도다. 스위스 기상청에 따르면 스위스 해발 800m 미만의 강설 일수는 1970년 이후 절반으로 줄었다.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가 발표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연중 눈이 알프스를 덮는 기간이 역대 평균보다 한 달 정도 줄었다.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는 “지난 6세기 동안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스위스의 평균 기온은 1871~1900년 평균보다 2.4도 높다.

알프스의 지면이 눈으로 덮인 날짜가 이렇게 적었던 적은 이전에는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인장이 계속해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과학계의 예측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키장들이 모인 알프스 일대가 선인장에 점령당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채선인장
부채선인장

부채선인장이 증식하면서 생물다양성도 위협하고 있다. 부채선인장은 해발 700m 이하의 햇볕이 잘 드는 경사면에 퍼져 서식하면서 기존 식물을 위협한다. 선인장의 강력한 생명력 때문이다.

문제는 스위스 발레주의 도시인 시온에서는 현재 키 작은 식물의 30%를 선인장이 차지하고 있다. 알프스에 인접한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에서도 선인장이 다수 발견된다.

선인장은 밟거나 뿌리째 뽑아도 쉽게 죽지 않는다. 알프스 일대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선인장 제거 활동을 하고 있지만, 성과가 크지 않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페터 올리버 바움가르트너 전 스위스 로잔대 교수는 가디언을 통해 “선인장의 자생 영역을 제한할 수는 있겠지만, 알프스 생태계에서 완전히 없애는 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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